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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아니야.

by nspiceno1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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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정하면 나는 항상 먼저 나서서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편이다.

서로가 너무 많은 거리를 오가지 않을 최선의 지역을 정하고,

주변에 갈만한 식당과 카페틑 어디가 있으며, 무엇이 맛있는지, 운영시간은 언제까지인지도 확인한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너 J구나?”

 

MBTI라는 것을 크게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해도 금방금방 잊어버리곤 하는 나는,

누군가가 MBTI가 뭐냐는 질문을 할 때마다 그 때 그 때 다시 해 보곤 하는데,

몇 번을 해도, 나는 J가 아니다. 나는 P.

그것도 모두가 어렵고 불편해 한다는 INFP.

 

검사가 잘못되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의 일상 어디를 봐도, J의 상징이라고 하는 ‘목적성’ ‘계획성’이란 없기 때문이다. 심각하리만큼.

혼자 있는 시간엔 철저한 무계획을 선호하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니면 말고식이다.

먼 곳에 여행 가서도 그냥 동네만 돌아다녀도 좋지, 뭐~’ 하며 친구의 손에 질질 끌려다니는 부류의 한량 같은 인간.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어서 그냥 웃는다.

“J같아 보여요?” 하며.

 

내가 굳이 나서서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쁜 시간에 굳이 후기까지 찾아보며 좋은 식당을 예약해두는 것은 우리의 만남이 더 좋은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고,

몇 분을 걸어가서 어떤 식당에서 밥을 먹을 것인지 계산하는 것은

"우리 어디갈까?" 하며 길 거리에서 헤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지,

절대 내가 계획성과 목적성이 뚜렷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나의 이런 노력들이

J구나?’ 하는 한 마디로

너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닌,

네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인거지? 못 말린다니까 정말...로 치부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J가 아니라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J가 아니라 당신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J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을 아까워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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