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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오만가지] 괜찮아 엄빠딸? 같이 산에갈래? 시장갈래? 언니네 갈래? 아니? 아니... 아니이!! 아니라고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뭐든 거절하기 바쁜 둘째 딸은 바로 나. 토요일 저녁. 술이 거나하게 취한 아빠가 '내일 장미축제나 가자' 했을 때, 평소의 나라면 "그 사람 많은 델 왜 가" 하면서 당연히 거절했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그 순간은 거절이 안 됐다. '아니'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요 한 주가 너무 힘들었고. 그냥 나도. 주말같은 주말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일요일 점심. 우리 (한시적) 삼총사(아빠, 엄마, 나)은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함께 움직였다. 카카오 택시를 부른 우리 셋은, 아빠가 카카오택시를 처음 타본 탓에 결제를 하려고 움찍 했을 때 빼곤, 늘 그랬던 것처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 2023. 5. 16.
[하루에오만가지] 편의점 김선생님의 위로. 스물다섯에서 스물여섯으로 넘어가는 겨울.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며 편의점 알바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오전 여덞시에서 오후 세 시까지 근무하는 아침 근무자였는데, 아침에 매장에 도착하면, 한껏 쳐진 눈꼬리 위로 투박한 뿔테 안경을 쓴 야간근무자 김선생님이 나와의 교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선생님이 '선생님'으로 불렸던 이유는, 다른 근무자들에 비해 지긋했던 나이탓도 있었지만, 혹자의 말에 의하면 '서울대출신'이라는, 적어도 이 안에서는 독특한 이력 때문이었다. 사실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점잖은 말투와 적당한 유머, 투박한 안경만큼이나 고지식해보였던 외모는 김 선생님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소문에 담배 한 보루 정도의 신빙성은 더해주는 듯 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혼자 근.. 2023. 5. 13.
20230509 오늘은 정말 술 먹지 말아야지. ... 세시간 연속으로 떠들었더니 허기짐. 허기지니까 치킨이 먹고싶어짐. 치킨이 도착했는데 마침 집에 맥주도 많음. 그래서. 그래서 결국. ○ 오늘의 친구 : 필라이트 300ml ○ 안주 : 교촌 허니콤보 1. 아침 수업 전에 커피를 사려고 동네 스타벅스에 갔는데 컨디바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율리. 내가 슈퍼바이저 시절 바리스타였고, 내가 부점장이었던 시절 수퍼바이저였던. 현재 율리는 어엿한 점장, 나는 7년 8개월간 찌그러지고 빠그러지다 못 버티고 튕겨나온 그냥, 고객. 내가 두 달 고사번이었던 탓에 율리는 나를 선배님 대하듯 예의바르게 대해주었는데, 사람이 참 이상하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고거 한 직급 위였다고... 나는 금방이라고 '엣헴' 하며 턱 밑에 달린 수염을 쓸어내릴 듯한 근엄한 표정.. 2023. 5. 9.
20230506 오늘은 정말 술 먹지 말아야지. 생각은 했지만, 아빠가 집에 아나고회를 사다 놨으므로.... 사실상 회는, 술이 아니면 양껏 먹기가 힘든 편이다. 날 것이기에 몇 점 먹었을 때 느껴지는 략간의 비릿함을 어쩔 수 없달까? 이런 날 생선 특유의 비림은 탄산음료의 청량감으로 잡는 데 한계가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그제 엊그제까지 3일이나 참았는걸~~~~) ○ 오늘의 친구 : 오늘도 장수막걸리. 나는 지평막거리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어쩐지 장수의 라이트함이 좋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 안주 : 아나고 회 한 접시, 1+1으로 득템한 모짜렐라 핫도그. (이렇게나 처먹고 장수막걸리의 라이트함이 좋단다.) 내가 술을 먹지 말아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연락'이었다. 평소에 내.. 2023. 5. 7.
20230502 오늘은 정말 술 먹지 말아야지. 라고 오전까진 생각을 했지만, 오후에 일이 너무 힘들었다. 주 초에 이를 좀 당겨하는게 마음이 편하니까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센터에서 내가 제일 늦게까지 수업했다... 안 먹을 수 없지... 술... ○ 오늘의 친구 : 장수막걸리 2/3병 (아래 가라앉은 것들은 먹지 않으니까.) ○ 안주 : 소금구이막창 (쿠팡이츠 와우회원 10%할인의 날이라 시켜야만 했음) 나는 요즘 드라마와 책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중요성'에 대해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내가 최근에 정주행한 드라마 속 황도희(김희애 分)는 복수의 과정에서 천하의 나쁜 새끼 백재민(류수영 分)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잘못을 했으면 담백하게 사과를 했어야지, 왜 함부로 대가를 지불하려 들어." 지극히도 온당하고 이치에 맞..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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