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 재밌게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 불과 1년 4개월만에 후속편이 나왔다.
상당히 빠른 호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 '코시국'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불편한 편의점>의 주된 내용이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소외되고, 지친 사람들이 작은 편의점을 찾아와 위로를 받는 내용인 만큼, 모두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 시기에 이 책은 '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를 전한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전 편과 비슷하다. 배경은 얼마 전까지 우리가 속해 있던 그 세상.
코로나 한복판이다.
1편이 '독고'라는 노숙자가 편의점 알바로 일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보였다면, 2편에서는 그 역할을 '근배'라는 인물이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그는 편의점 야간 알바로 일하며 취준생 동료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고, 갈 곳 없는 소년에겐 쉼터를 제공한다. 길을 잃은 자영업자 가장에겐 깨끗하게 닦인 소맥잔을 제공하고, '자고로 편의점은 오토로 돌리는 것' 이라는 사장 민식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력한다.
나는 꽤 오랜시간 편의점 알바를 한 '편순이' 출신이다. 야간알바와 오전 알바의 '미묘한 폐기 신경전'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혼자 일하는 시간의 무료함, 그러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안다. 면적에 비해 참 많은 것이 구비되어 있고, 또 그 많은 물건들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필요로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형광등 불빛을 보며 괜히 외롭고 헛헛했던 기억, 근무를 마치고 나올 때의 괜한 불안감. 꽤나 선명하게 그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을 되살려줘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굳이 나가서 자갈치까지 사 먹을 정도로 몰입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근배가 왜 이 편의점에 들어와야 했는지(사실 그는 연극 배우이고, 독고를 모티프로 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와 영숙과 민식의 이야기가 과거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의 설명을 거듭할 때엔, 이 작품이 가진 모든 매력이 반감 되는 듯 했다. 기발하고 유쾌한 만남이 이루어지던 '올웨이즈 편의점'이, 중반부를 넘어서면 그저 등장인물들의 현재를 설명하는 배경 정도의 역할밖엔 하지 못하는 게 참 아쉬웠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이야기에서, 민식이 새 사람이 되는 이유가 결국 '엄마의 경도인지장애' 판정이라는 부분도 사실, 응?
책이 당장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참 반갑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르익지 않은 떫음은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독고의 근황... 나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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