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가 읽은 책 목록들은, 요즘 나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준다.
'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마세요' 라니. 이 얼마나 완벽한 제목인가.
사람에 치이고 사람이 힘들어 사람을 멀리하고 싶은 나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이 책은 백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70퍼센트 정도의 방향성을 잡아준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지만 심리학적, 정신건강학적 이론들에 집착하지 않는 면이 좋았고, 적절한 예시가 있는 면도 참 좋았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인간관계가 힘든 모든 유형' = '나' 그 자체.
올마른 인간관계의 출발은 '내가 편안해지는 것'에 있다는 말이 참 당연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맞다. 내가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누구와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관계에 절절매느라 나 따위 안중에도 없었던 내 자신에게 참 미안해졌다.
심리상담을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떤 정신적 치료보다 '아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데서 큰 치유? 혹은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그랬다.
'인싸와 친해지고 싶은 아싸'
'친밀하고 특별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자꾸 상대가 부담스러울만한 선물을 하던 나'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상황을 회피해버리고는, 거기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던 나'
나 자신에게도 미안하고, 내 주변에서 내 호감을 샀던 어떤 사람들에게도 미안해졌다.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처럼 마음이 불안하고 사람이 힘들고, 사람에 지친 사람들일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런 감정에 시달렸던 나는, 일단 당장이 힘드니까 이러한 류의 책들을 자꾸자꾸 찾아보게 되는데, 사실 현실 적용은 참 어렵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아무리 좋은 말을 메모해 두고, 밑줄 그어놔도... 다 까먹더라.
하지만, 이 책은 처음으로 내가 내 안의 상처를 글로 적어보게 한 책이다. 그러면서 아주 미약하게나마 기분이 좋아지고 나를 이해하는 시작은 할 수 있게 됐다는 확신이 생겼다.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설사 짐승같은 감정이라고 해도) 모두 수용해주기로 했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수용해 줄 수 없는 바로 나 자신이니까.
"만약 주변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면,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조바심이 나면서 긴장 혹은 집착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그 에너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달돼서 오히려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리고 결국에 그 사람은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되는 수순을 밟아 나가죠."
"미안하지 않으면서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기."
"속으로는 섭섭하면서 겉으로 괜찮은 척하지 않기."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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