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와서 분명 <김밥파는 CEO>를 읽을 작정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센터 쌤이랑 오랜만에 같은 시간에 끝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남 걱정도 할 겸 술을 마시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쌤은 콜라를 마셨고, 나만 술을 마셨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취하긴 쌤이 취했고, 나는 멀쩡했다.
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 오늘의 친구 : 청하 한 병.
○ 맛 : 청하가 안 맛있을 수가 있나?
○ 안주 : 쉰내나는 홍합이 들어간 해물 숙주볶음. (중곡동 이빠이하루 실망이야)
같이 술잔(사실 상대는 콜라잔)을 기울이던 쌤은,
해물숙주볶음이냐, 오꼬노미야끼냐의 갈림길에서 큰 맘 먹고 선택한 해물 숙주볶음 홍합에서 야리꾸리한 냄새가 나자, 이걸 사장님한테 말할까 말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냄새의 정도가 심하긴 했지만, 나는 말하지 말자고 했다.
해물 숙주볶음인데, 무려 숙주보다 앞에 자리하고 있는 메인, '해물'이 이상한테, 아무리 동네 술집 저렴이 안주라고 해도 컴플레인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한 행동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랄까.
오랫동안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해왔던 나로서는 서로가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다음에 안 오면 그만이지.
그와 동시에 백종원 선생님과 장사의 신이,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왜 장사가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자신이 한 음식 맛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요식업 사장들에게 냉철하게 던지던 물음이 생각났다.
"손님들이 맛 없으면 맛 없다고 사장한테 말할 것 같아유?" (백종원 버전)
"시발, 손님들이 맛 없는 걸 맛 없다고 이야기 할까? 그냥 안 오면 그만이지. 안 그래?" (장사의신 버전)
하긴.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산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지.' '나만한 사람이 없지.'
아마, 스스로를 '난 원래 이기적이고 못 됐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 하는 사람들조차도, 속으로는 자신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한 배경설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근데 왜 사람들이 떠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라면서.
그렇겠지. 평생 인연을 끊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누가 당신의 더럽고 글러먹은 인성을 저격하고 탓해줄까.
불편하고 싶지 않으면 그저 참는 거고, 참을 수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나는 웃으면서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라고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홍합의 ㅎ도 꺼내지 않았지만, 오늘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이 주점에 다시 와서 술을 먹게되는 일은 없을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마도 나는.
앞으로 만나고 헤어질 수많은 인연들에게 동일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안 오면 그만이지. 안 보면 그만이지.
"사람들이 당신 재수없으면 재수없다고 말할 것 같아유?"
"시발 인간들이 너 별로면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을 할까? 안 만나면 그만이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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