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속성> 책 리뷰 게시물 올려야지, 하면서 집에오는 길에 전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첫 근무를 했던 매장이 폐업이 결정되었다고.
내가 너무너무 사랑했던 매장이고, 그 안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있는데, 어떻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까.
○ 오늘의 친구 : 필라이트 500ml 1캔
○ 안주 : 돌김
최근데 전 직장 상사로부터 잠깐만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면 되고, 근무시간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다 맞춰주겠다는, 나로선 거절할 명분이 별로 없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나는 요즘 일감이 줄고 있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주 15시간이면, 많진 않아도 꽤 괜찮은 여윳돈이 생긴다.
일도 딱히 배울게 없다. 이미 8년을 했던 일이니까.
게다가 그 쪽이 일해줬으면 하는 점심시간~오후 2,3시는 내가 항상 집에서 노는 시간이다.
(나는 스타벅스의 점심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매일 9~10시간을 매장에 있었는데 고작 3시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제안을 받았을 때엔 당장이라도 입사 지원서를 쓰고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며칠만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입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돈도 돈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다는데, 단 몇 달이라도 가서 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음료를 제조하고 영업을 준비하는 일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좋아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돌아가면, 내가 아는 나는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스벅(내 전 직장)을 오랫동안 다닐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안주하고만 싶었던 이유.
많든적든 제 날짜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
나는 분명 그 안정감에 기대 아무것도, 새롭게 할 용기를 내지 못할게 뻔했다. 또한, 나머지 시간은 다른 일을 하는데 할애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출퇴근 두 시간, 근무시간 세시간, 그 다섯시간은 '단지 그 다섯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시간들에까지 스며들어, 이제 겨우 힘을 내려는 나의 모든 동기와 용기. 그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
안 그럴 수도 있는데 왜 시작도 전에 이렇게 심각하게까지 생각하냐고?
나는 내 전 직장을 참 사랑했으니까. 증오는 증오지만 애정은 애정이었으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일 했으니까.
내가 어떻게 힘들게 나왔는데, 어떻게 힘들게 용기냈는데.
내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곳에 남아있는 한, 나는 꽤나 오랫동안 이 유혹을 견뎌야 할 것이다.
종종 그들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면, '아 나 그거 잘 하는데,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일렁임이 아직까지 마음속에 존재하니까.
하지만. 미칠 것 같이 불안하고 힘들어도. 반년을 이렇게 버티고 참아왔다.
이제야 다른 것을 시도해볼 용기도 생겼다.
겨우 일어서려고 신발 갈아신었는데, 이제 막 끈 조였는데 지금 뒤꿈치 좀 긁힌다고 새 신을 벗어버리는 건 너무 바보같은 짓이잖아. 그러니 조급히 생각하지 말자. 보폭은 좁아도 좋으니 제발. 앞으로만 가자.
이렇게 또. 오늘 하루를 견디며 생각한다.
이러니 내가 술을 안 먹을 수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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