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8시에 문을 열었다. 아니 조금 더 일찍 열었다.
7시 30분과 8시 그 어디쯤.
아, 출입문에 예쁘게 새겨 넣었던 마감시간은 어제 퇴근과 동시에 뜯어버렸다.
"장사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하면서 사장의 의지없음을 욕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나,
사실 요 근래 단 하루도 쉬지 못했고 (그래 어차피 이것도 핑계지), 아무도 나를 쪼지 않는데 끝없이 밀려오는 매출압박....
이 멘탈로 오후 8시까지 버티는 일은 내 정신건강에 너무도 해를 끼치는 일일 것 같아 현재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있다.
우리, 아니 나의 매장은 평수에 비해 창이 크다.
카운터(내가 앉아 있는 곳)를 중심으로 거대한 창이 양 옆으로 펼쳐져 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냥 다 쳐다본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 기간이 길었던 탓에, 사람들은 늘상 이 곳이 어떤 공간으로 완성될지 궁금해 했었고, 완성이 된 지금 여기는 무슨 장사를 하는 곳인지, 어떤 공간이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다.
매출로 이어지는 관심은 아니지만, 관심이 없는 것보단 있는게 좋으니까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있고자 노력한다.
마지 쇼케이스 안에 든 케이크... 디저트가 된 것처럼.
같은 명표를 달고 있는 상품이라고 해도 조금 더 예쁜 것, 조금 더 멀쩔한 것을 받아들고 싶어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마트에서 엄마가 다 같은 고추인데, 다 같은 감자고 고구마인데 그 중에서도 예쁜 것을 찾아 봉투에 담으려는 마음처럼.
(그래봤자 어차피 집에와서 칼로 잘려나가면 그 뿐인데.)
창이 크다는 것의 장점은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마음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고(비록 시쟝뷰라도), 단점은 밖에서도 내가 너무 잘 보인다는 것이겠지.
마음음 너무 우울하고, 사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울고 싶다.
근데 사장이 우울하면 그 기분이 디퓨저보다 더 강력하게 아우라를 뿜어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억지로라도... 애써라도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해본다.
시간이 다 해결해줄 수는 없어도, 일정부분은 해결해줄 것이다.
하면서, 오늘도 배달의 민족 울트라콜 판촉 전단지를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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