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여분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며 마냥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지?"
정답을 생각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답 역시도 매우 심플했기 때문에.
술.
알콜.
나는 '알콜의존증'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그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추측임이 분명한) 애주가이다.
나는 정말 매일매일 나의 결심들을 잘도 뒤집고 어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오늘은 절대 술 먹지 말아야지.'
할 일은 모두 마친 늦은 저녁. 혹은 오늘은 유독 너무 고됐다고 여겨지는 하루(거의 매일) 끝에.
나는 유투브를 보며 술 한 잔 홀짝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보면.
가끔은 이유없이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난다.
좋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의미없어지기도 하고, 의미없던 것들에 의미부여를 하기도 한다.
즉, 내가 내 정신이지만 내 정신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날은 어떠냐고?
'쎄-'한 두통과 함께 격하게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점검한다.
누군가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어떤 허세와 쌉소리를 늘어놓았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미 전력이 꽤나 있다...
(새벽 감성 오그라드는 인스타 스토리, 뜻밖의 애정을 고백하는 카톡들...)
정말...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수치스럽기만 해야 정상인데... 내가 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하나.
'나는 술에 취한, 팔불출 같은 나 자신을 좋아한다' 는 사실.
항상 뭔가 억눌려 있는 것만 같고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러운 나는,
알콜의 날개를 다는 순간 자유로워진다. 솔직하고 다정해진다. (물론 내 기준에서)
이런저런 생각의 끝에. 취한 나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혈중 알콜농도 면허취소 수준에서 쓰는 나의 글은 어떤 것일까, 나의 생각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어차피 매일 먹는 술. 매일 쓰는 일기인데... (어차피 취함과 추함은 한 끗차이일 뿐)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이유로 나는 오늘부터, 취중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이 결심도 취중에 한 것이다.)
취중 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술을 마신 날만 쓰게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매일매일 쓰게 될 것이다.
시부앙....
아이러니 한 것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내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는 그런 사실...?
맘만 먹으면 끊는데, 그 맘을 안 머거서 그럴 뿐이라고.
훗날 금주자가 된 내가 이 글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그 땐 참 망나니 같이 살았지.' 생각할 수 있기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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