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딱히 술 먹을 이유가 없긴 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술을 먹었다.
왜냐면, 취중일기 프로젝트?를 어제 시작했는데, 당장 다음날 금주를 해버리면... 글을 쓰기로 한 나의 다짐이 흐지부지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
○ 오늘의 친구 : 느린마을 증류주 (편의점 주류 냉장고 맨 아래칸 지평막걸리 옆에 짱박혀 있던 걸 용케 찾아냄.)
○ 맛 : 무색무취 무매력. 앞으로 다시 먹을 일은 없겠지.
○ 안주 : 나가사끼 짬뽕우동 컵 + 엄마가 구워준 (어제랑 동일한) 국내산 돈육 토마호크.
술을 마시며 PD수첩 실시간 스트리밍을 봤다. JMS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늘도 또 등장한 피해자 '메이플'(메이플은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 JMS 성폭력 피해자이다.)
그녀를 보며, 또 그녀가 재판 후 상대측의 '인간 같지도 않은 질의'를 대응하다 좀비의 몰골로 걸어 나온것을 보며, 저 사람은 언제까지 저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매체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저 사람이 처음 '이 고백'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당시에 이런 상황까지도 (과연) 염두해 두었을지 하는... 걱정 섞인 의문이 들었다.
대단히 용기 있는 선택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종교가 없다.
가져보려고 노력은 했다. 왜냐면 나는... 어떤 믿음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상당히 심약하고 소심하고 남의 말에 잘 휘둘리기 때문에. 이왕 휘둘릴 거라면 '한 길 속도 모를 사람'을 믿는 것보단 '신'을 믿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주변 지인들을 따라 성당에도 가보고, 교회에도 가봤다. 절에 가서 난데없이 탑돌이도 해봤고, 향초를 꽂으며 경건한 마음을 가지려 애도 써 보았다. 하지만 그게 믿음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질 수가 없었다.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계속 말했다.
'너는 믿음이 없는데 믿는 척 하는 것 뿐이야. 믿으려고 애 쓰는 것 뿐이야.'
마음이 내게 계속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갔던 교회의 수요예배에서, 통성기도를 하는 신도들에 뒤섞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종교의 場에 들어선다는 것은, 나에게는 그저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한 '이벤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내가 그런 인간인데... 이미 어리지도 않은 다 큰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나는 신이다>를 보던 내 마음은, '안타까움'보다는 '기괴함'에 가까웠다.
정상적인 믿음(적어도 내 기준에서)도 믿기가 쉽지 않은데...
도대체 '어떤 무언가'가 저 멀쩡한 사람들을 '보잘것 없고 늙수구레한 미친 늙은이'의 노예로 만들었던 것일까.
정말 그 '메시아'라는 존재를 믿어서? 구원받고 싶어서? 아니면 그놈의 군중심리 때문에?
믿음은 한 번 생기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믿고 나면 이렇게나 사람의 눈을 멀게한다.
일단 믿고나면, 그것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정보들만 끌어당긴다. 본능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종교가 없는 우리 집 환경, 부모님의 뚝심에 감사한다.
종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종교는 없느니만 못하니까.
나는 아직까지 내 아픔과 슬픔을 '주' 혹은 '메시아' 혹은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털어놓기 보단,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나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 한 잔의 술에 기대고, 그에 의지하고 싶은가보다.
그 쪽이 내 입장에선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나의 정당한 판단도 못 믿는 사람들이 믿긴 누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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